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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파이이야기

내 방 분홍색 4단 책장 맨 위에는 '얀 마텔'의 <파이이야기> 원서가 꽂혀있다.

이책이 내 손에 들어온건,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있지만, 아마도 2005년쯤일거다.

당시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님과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다들 짧은영어나마 손짓발짓 섞어가며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서 아쉬움을 뒤로한채 마지막으로 있는 영어 없는 영어를 전부 짜냈다.

그리고 웬일인지, 혹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은(사실 지금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잠깐 기다리라며, 이따 집에 가기전에 자신의 책을 주겠다고 했다.

뜻밖의 제안에 나는 하교하기 전 그녀에게 갔고, 그녀는 파이이야기 외 몇권을 건넸다.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파이이야기>, <단테클럽> 외 한 권 더 있었던 것 같다.

잘 읽겠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하니 그녀는 잘 읽어주면 된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책을 찬찬히 훑어봤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도 어쩐지 책장을 열때마다 그날 아이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눴던 분위기, 책을 건네주던 그 진심어린 눈빛 등이 기억나는 듯 하다.

단테클럽은 너무 어려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파이이야기도 쉽다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책 겉표지가 주황색과 호랑이와 소년이 그려져 있어 친근함이 생겼다.


하지만 한가지 웃긴 사실은,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난 이 책을 완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제쯤 다 읽을까?

생각난 김에 꺼내서 한 줄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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