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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나이가 든다, 들어간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 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그러려니.
- 선우정아 '그러려니'

누군가는 말했다.
어느 순간 옛날 노래를 찾아 듣는다면 그게 바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고.
요즘 내가 그렇다.
출퇴근하는 차 속에서 옛날 노래를 듣는다.
코요테의 비몽을 듣기도 하고 SES의 너를사랑해를 듣기도한다.

그러다가 랜덤으로 재생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훅 들어오는 노래가사를 만나기도 한다.
선우정아 노래가 그랬다.
'만나는 사람은 줄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나는 나이듦을 조금은 서글프게 정의한 적이 있다.
뭔가를 쌓아가기 보다는 쌓아뒀던 것들을 하나씩 버려가는 것. 그리고 비워가는 것.

반대로 젊다는 건 지금과는 다른 내일이나 미래가 그려지는 것이라는데.

20대 초반때는 진짜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이런 진부한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정말 그랬다. 내가 다 바꿀 수 있을 것 같았고, 이것 아니면 저것을 손에 쥘 자신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고 뭔가 쌓여가는 것 같은 느낌이 잔뜩 들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순응하게됐다.
내가 바꿀 자신은 없고 누군가 바꿔줬으면 했다.
악착같이 손에 넣으려는 대신 마음을 비웠다.
직업 특성 상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그것때문에 쉽게 피로해졌다.
그래서 점점 잃어갔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될까'하는 의문도 든다.
소진만 잔뜩 하고 끊임없이 비워내기만 하는 것 같은 시간들.
채워넣어야하는데.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럼 어느순간 또 떠올리게될까.
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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